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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짐'에 해당하는 글(1)
2003.04.23   그녀의 말.


그녀의 말.
<잊혀지기는 어렵다>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나 라는 존재가 잊혀진다는건.
참을수 없는일이야.'

연희는 말했다.

'나와 분명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있던 그사람과의
추억과 즐거워 하던 순간과 같이 호흡하던 공기와.
서로를 바라보던 느낌들이 없어져버린거지. '

' 그 사람의 인생의 한 조각은 분명히 내 맛으로 만들어져있었는데,
그 한조각을 누군가 먹어버린거야.
누군가.
먹어버린거야.
누군가...
아니야. 어쩌면 그사람이 일부러 먹어버린걸줄도 몰라.
꾸~~~~울꺽~ '

연희는 침을 삼키며 말을 이엇다.

' 더 참을 수 없는건,
없어진 한조각에대해 심드렁하게 대하는 그의 태도야.'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나 라는 존재가 잊혀진다는건.
참을수 없는일이야.'

한정수는 그녀의 까만 뒷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그래,바로 그게 인간에게 신이 내리신 축복인거야.
그 한조각을 잊어버릴수있고, 아무렇지 않은듯 살수 있는거.
그게 바로 축복이라는 거지.
만일 우리에게 담으면 없어지지 않는 유리병과 같은 기억력이 있다면,
인생은 괴로워질껄?
기억들과 추억들과 느낌들이 잊혀지지 않고 널 괴롭힌다면말야..
소쿠리.
소쿠리.
걸르란 말야.
넌 너무 너의 완벽함에 기대는 데가 있어.
사람은 소쿠리같은 면이 있어야하는거라구.
연희! 듣고 있어?
너의 완벽함에 사람들은 지쳐가고...
곧 너를 피할게 될테지..
멀리 멀리.
그럴수록 넌 나에게 사람들이 또 너자신을 잊었다고
투덜되겠지..너의 불완전함을 깨닫지 못한채...'

<고무줄 놀이>

나는 고무줄 놀이를 해본적이 없어.
어렸을적 난, 밖에 나가 고무줄 놀이를 하기보다.
집에서 피아노연습을 하거나, 그게 싫증이 나면 책을 읽곤 했지.
우리아파트 부녀회 도서관서 빌려온 드라큘라씨리즈와 발레리나들의 기숙사 생활씨리즈의 책이었어.

고무줄놀이는 이렇게 시작하는거야.
까만 고무줄. 문방구에서 잘라파는 까만 고무줄을 사야해.
난 고무줄 놀이를 해본적이 없지만,
새 고무줄에서 나는 고무냄새를 난 기억해.
더우면 늘어나고 서로 달라붙는 이상한 성질때문에.
하얀 밀가루 같은것을 고무줄에 묻혀 팔곤 했었지.
한줄인 고무줄의 양쪽끝을 이으면 고무줄을 할 준비가 된거야.
어떤 오래된 고무줄들은 실력좋은 아이들이 하다가 끊어져버려서,
군데군데 매듭을 지어 이어야 했는데,
그건 마치, 따가운 철조망과도 같이 생겼어.
다시 말하지만, 난 고무줄 놀이를 한적이 없어.

두명은 까만 고무줄을 양쪽에 서서 밟지.
그럼, 머리를 하나로 높이 묶은 아이는 "1 2 3"에서 10까지 외치면서
그 고무줄을 밟는거야. '이런것쯤이야' 하는듯한 표정으로..눈을 감고,,
놓치지 않고 밟으면 그아인, 다음 단계로 넘어갈수 있어.
그럼 서있던 두명은 까만 고무줄을 발목에 걸쳐놓는거야.
그럼 머리를 높이 묶은 아이가 다시 무슨 알수없는 노래를 흥얼이면서,
고무줄을 타기 시작하지.
그때가 되면 두명의 발목은 간지러워지기 시작할꺼야 아마...

고무줄 놀이는 재미있을까?
머리 높이 묶은 아이는 고무줄이 무릎, 허벅지 , 허리로 올라갈수록 활력을 찾는듯했어.
그래서 신발을 벗고 맨발로 하는것이었을까?
가슴 , 머리 , 이렇게 옮겨 가면서,
그리고 노래도 바꾸어가면서, 박수도 치면서, 땅도 짚으면서,
머리를 찰랑이면서,
한번도 죽지 않고,
발목에서 머리까지 고무줄을 하는거야.
머리 다음엔, 두명이 팔을 하늘높이 쭉펴고 하는건데.
거기서 부턴 생각이 잘 안나.


난 양볼을 두손에 받쳐들고 고무줄하는 아이들을 쳐다보곤했어.
난 그들을 기억해.
난 그들의 높은 톤의 노래소리와 운동화 소리, " 야! 너 죽었어" 하고 지르던 소리와.
내 눈앞에서 왔다갔다하는 재주를 넘는듯한 그 들의 긴다리와 팔을기억해.
그애들은 자신의 두 다리가 날개라도 된양, 까만 고무줄을 타곤 했지.
난 그들을 기억해.
그애들은 지켜보던 나의 까만 두 눈동자를 기억하고 있을까?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나 라는 존재가 잊혀진다는건.
참을수 없는일이야.'


2003년 4월 22일 11시 4분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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